버섯을 볶다가 문득, 조급증에 대해 생각합니다
Posted 2010/11/09 21:02
1.
이곳에 온 후로 가장 많이 사다먹는 음식 재료가 있다면,
단연코 버섯일 겁니다.
일단 싸고, 양도 많고,
대체로 어디에나 어울리면서
영양가도 높고 맛과 향도 풍부하잖아요.
물론 그곳에서부터 버섯을 좋아하기는 했지만요.
어쨌든 올리브 기름에 볶아놓고 쟁여놓았다가
밥이나 스파게티와 함께 요리하곤 합니다.
2.
이제 학기 시작 6주가 지나면서
바야흐로 (한국으로 따지자면)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이것저것, 에세이도 제출하고 각자의 프로젝트도 중간 점검을 받지요.
(엄밀히 말해 점검받는다기 보다,
각자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자리들이 마련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저 취미로 사진을 찍던 제게
특정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이미지로 옮기는 건,
게다가 그것을 영어로 한다는 건 조금 난감한 일입니다.
제가 이렇게 주춤거리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참 훌륭하게 사진을 구성해내더군요.
그러고 보니 스트레스도 좀 받고,
조급증도 생깁니다.
3.
버섯을 사다 처음 볶으면서 저지른 실수는,
기름을 너무 많이 부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렇잖아요,
버섯을 사오면 보송보송하니,
어딘가에 넣고 끓여야 할 것 같은 느낌.
처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들들 볶는데
여전히 익지 않는 눈치더군요.
그래서 기름을 더 부었더랬죠.
아뿔싸, 조금 지나니 프라이팬이 한강이 되더군요.
어디 버섯 뿐이겠습니까.
대부분의 야채는 조금씩이라도 물기를 머금고 있고,
그 물기가 스스로 배어나와 촉촉해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법이지요.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꾸 기름을 부어대면
당연히 몸에도 안 좋을 뿐더러
그다지 효율적인 일도 아닐 겁니다.
괜시리 기름만 낭비하는 셈일테니까요.
4.
밥짓는 것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전기밥솥이라도 살 요량이었으나,
이제는 나름 냄비로 밥 하는 것에 익숙해져
필요성을 못 느끼겠더군요.
하지만 처음 밥 지을 때는
당연히 이것저것 실수를 많이 했는데,
냄비 바닥이 시커멓게 타버린 게 대표적이라 하겠습니다.
왜 그럴까, 냄비가 얇아서 그런가, 어쩌고 이유를 찾아봤습니다만,
더 큰 문제는 제 조급함이었던 듯 싶습니다.
불이 너무 셌던 것이지요.
5.
많은 분들이 북유럽의 교육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제는 널리 알려졌지만,
그네들의 교육은
목표를 정해놓고 따라오지 못하면 낙오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일정정도의 자기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라지요.
참으로 부러운 일이라면서도,
사람들은 늘 조급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스스로도 누군가를 쫓고 누군가에게 쫓기면서 말이지요.
6.
버섯을 볶다보면 참 놀랍습니다.
이 조그만 것 어디에 그렇게 많은 물기가 있었던 걸까요.
어디에 그렇게 깊은 맛과 향기를 간직했던 걸까요.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참으로 하찮아 보이던 사람인데,
어느날 보니 무척이나 훌륭한 재주를 갖고 있는 걸 자주 보게 되지요.
빈정대는 뉘앙스가 있기는 하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다만 굼벵이는 대략 17년마다 한번씩 세상에 나온다고 하니
그 세월을 기다려야 그 재주를 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7.
그러니까 우리에겐,
어쩌면 '버섯을 볶을 때의 여유로움'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에게도 그렇고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스스로 물기를 뿜어낼 때까지 여유를 가질 필요 말이지요.
사람들이 요리를 자주 한다면, 그래서 그 재미를 발견하다면
세상이 조금 더 천천히, 여유롭게 흘러갈까요?
제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만큼 똑똑하지는 않았음을 새삼 느꼈을 때,
그것이 좌절이 되지만은 않았던 것은
버섯 덕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8.
그래서,
그저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편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1학년이잖아요.
버섯을 수십번 사다가 그만큼 볶으면 어느덧 성숙해져 있지 않을까,
조금은 그렇게 낙천적이어도 좋을 1학년 말이지요.
이곳에 온 후로 가장 많이 사다먹는 음식 재료가 있다면,
단연코 버섯일 겁니다.
일단 싸고, 양도 많고,
대체로 어디에나 어울리면서
영양가도 높고 맛과 향도 풍부하잖아요.
물론 그곳에서부터 버섯을 좋아하기는 했지만요.
어쨌든 올리브 기름에 볶아놓고 쟁여놓았다가
밥이나 스파게티와 함께 요리하곤 합니다.
2.
이제 학기 시작 6주가 지나면서
바야흐로 (한국으로 따지자면)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이것저것, 에세이도 제출하고 각자의 프로젝트도 중간 점검을 받지요.
(엄밀히 말해 점검받는다기 보다,
각자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자리들이 마련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저 취미로 사진을 찍던 제게
특정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이미지로 옮기는 건,
게다가 그것을 영어로 한다는 건 조금 난감한 일입니다.
제가 이렇게 주춤거리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참 훌륭하게 사진을 구성해내더군요.
그러고 보니 스트레스도 좀 받고,
조급증도 생깁니다.
3.
버섯을 사다 처음 볶으면서 저지른 실수는,
기름을 너무 많이 부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렇잖아요,
버섯을 사오면 보송보송하니,
어딘가에 넣고 끓여야 할 것 같은 느낌.
처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들들 볶는데
여전히 익지 않는 눈치더군요.
그래서 기름을 더 부었더랬죠.
아뿔싸, 조금 지나니 프라이팬이 한강이 되더군요.
어디 버섯 뿐이겠습니까.
대부분의 야채는 조금씩이라도 물기를 머금고 있고,
그 물기가 스스로 배어나와 촉촉해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법이지요.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꾸 기름을 부어대면
당연히 몸에도 안 좋을 뿐더러
그다지 효율적인 일도 아닐 겁니다.
괜시리 기름만 낭비하는 셈일테니까요.
4.
밥짓는 것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전기밥솥이라도 살 요량이었으나,
이제는 나름 냄비로 밥 하는 것에 익숙해져
필요성을 못 느끼겠더군요.
하지만 처음 밥 지을 때는
당연히 이것저것 실수를 많이 했는데,
냄비 바닥이 시커멓게 타버린 게 대표적이라 하겠습니다.
왜 그럴까, 냄비가 얇아서 그런가, 어쩌고 이유를 찾아봤습니다만,
더 큰 문제는 제 조급함이었던 듯 싶습니다.
불이 너무 셌던 것이지요.
5.
많은 분들이 북유럽의 교육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제는 널리 알려졌지만,
그네들의 교육은
목표를 정해놓고 따라오지 못하면 낙오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일정정도의 자기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라지요.
참으로 부러운 일이라면서도,
사람들은 늘 조급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스스로도 누군가를 쫓고 누군가에게 쫓기면서 말이지요.
6.
버섯을 볶다보면 참 놀랍습니다.
이 조그만 것 어디에 그렇게 많은 물기가 있었던 걸까요.
어디에 그렇게 깊은 맛과 향기를 간직했던 걸까요.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참으로 하찮아 보이던 사람인데,
어느날 보니 무척이나 훌륭한 재주를 갖고 있는 걸 자주 보게 되지요.
빈정대는 뉘앙스가 있기는 하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다만 굼벵이는 대략 17년마다 한번씩 세상에 나온다고 하니
그 세월을 기다려야 그 재주를 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7.
그러니까 우리에겐,
어쩌면 '버섯을 볶을 때의 여유로움'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에게도 그렇고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스스로 물기를 뿜어낼 때까지 여유를 가질 필요 말이지요.
사람들이 요리를 자주 한다면, 그래서 그 재미를 발견하다면
세상이 조금 더 천천히, 여유롭게 흘러갈까요?
제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만큼 똑똑하지는 않았음을 새삼 느꼈을 때,
그것이 좌절이 되지만은 않았던 것은
버섯 덕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8.
그래서,
그저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편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1학년이잖아요.
버섯을 수십번 사다가 그만큼 볶으면 어느덧 성숙해져 있지 않을까,
조금은 그렇게 낙천적이어도 좋을 1학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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